해외여행/2011 태국 이별 여행

[태국 여행] "이별한다는 것" - 이별 여행의 의미(1) 20110922

스타(star) 2015. 6. 16. 03:04
2년이 지났다

2년이나 지나서 이 글을 쓰려니 참 기분이 묘해진다. 이 여행은 이제는 내 옆에 없는 옛사람과의 여행기이다. 단지 지나간 추억이라 덮어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때 그래도 눈부시게 마무리 지어보고 싶었던 내 이십대, 그 사랑의 종착역이 어땠는지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글을 써가면서 내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원했다. 


그녀와는 2년을 만났고, 익숙해졌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더 이상 태울 땔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싸움을 하는 연인은 차라리 행복한 편이다. 서로를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로에게 무관심한 연인은 적신호다. 그들은 곧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상대에게 더이상 기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불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격렬하게 싸운다는 것은 서로에게 그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시점에서 지치면 결국 관심을 더 이상 주지 않기로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노력했지만,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별 여행의 결과

많이 사랑했었고, 그녀는 한 때 내 일부였고, 그녀가 전부였던 때도 있었다. 


이별여행을 다녀온 뒤, 우리에게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다. 크게 싸웠고, 극적으로 화해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우리의 갈등이 봉합되었다고 믿었다. 우리는 조금 더 힘을 내어 보기로 했다. 확실한 것은 여행을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그것 만큼 우리의 한계도 깨닫게 되었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알게 되었기 대문이다. 서로 일년을 더 만남에 투자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권태기를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할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별을 막지는 못했다.


이별여행을 통해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서로 더 이상 미련은 두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봤는데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될 것이다. 일년 뒤에 마지막 데이트에서 헤어지기로 했을 때 우리는 정말 냉정하게 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의견 충돌

두 사람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해외에 가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 두 사람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 모습을 보면, 세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여행이란, 참 어렵다. 누군가와 함께 이렇게 먼 나라까지 날아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디를 여행할지, 무엇을 볼 것인가부터 무엇을 먹을지까지 우리가 얼마나 의견 충돌을 벌였는지 모른다. 계획을 세우는 내내 성할 날이 없었다. 서로 스케쥴과 프로젝트를 합의해나가는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타협해나가는 과정과 충돌하는 지점이 곧 두 사람이 앞으로 세상에 함께 하면서 겪을 상황들의 축소판이다.


우린 출국 전까지 사소한 의견들로 충돌을 벌이곤했다. 결국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해야만 진행이 가능했다. 솔직히 막판까지도 그냥 비행기 다 취소해버리자는 얘기도 나올정도였다. 여행 다녀오면 공항에서 각자 갈길을 간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처음 부터 잘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서로 너무 큰 상처를 주거나 실망을 안겨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던 내 철학대로 남다른 여행 코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녀는 첫 여행이라서 그런지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어려워했다. 서로 다른 정보량과 너무 높은 여행 목표, 그리고 나의 완벽주의가 더해져서 출국 전까지 갈등은 극에 달했다.



출국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출발했다. 그래도, 여행이라는 호기심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준다. 비행기를 타면서 각자의 시간에 충실했던 것 같다. 그 동안 병역으로 인해서 외국을 나가보지도 못했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태어나서 제일 멀리 가보는 셈이었다. 




태국. 흐림. 수완나품공항에서

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우리 둘다 무엇을 기대하고 온 여행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기대반, 설레임반. 새로운 여행지와 만남, 다양한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우리 모두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 속에 계획한 여행이라 그런지 계획은 부실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여행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도 있었고, 우리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정 또한 생각보다 빡빡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보자스럽게도, 한 장소를 계속 여행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으로 이동을 하면서 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 여행을 통해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궁금하기 때문에 많은 인내심을 발휘해야했다.




매우 더웠다는 기억이 난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특유의 향료냄새는 불쾌하게 엄습해왔다. 우리의 마지막 공간이라는 느낌치고는 너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 같다. 그런 불안간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지 손발이 착착 맞기 시작했다. 사람은 어려움이 닥치면 힘을 모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린 서로의 가능성을 느껴보려 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느정도 생각대로 흘러갔다.



카우산로드로 이동

짐도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주소를 적은 종이를 보여주었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다. 한 택시기사가 다가오더니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주소를 보더니 자신이 아는 곳이라면서 우리를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뭔가 내키지는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지나 카오산 로드까지 들어오는데 삼십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어두워서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몰랐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보기좋게 택시 요금을 바가지를 당했다.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다는 것에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관광객 등골을 빼먹는것은 다 비슷한 것 같다.

그녀는 제대로 기사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한 내 탓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느냐며 받아쳤다. 여기서 더 짜증내면 어떻게 될것이란 것을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넘지 않았다. 이역만리 먼곳에서 초반부터 우리의 여행이 틀어져봐야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데미지는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