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를 온지 어언 일주일이 되었음에도 도통 적응이 안된다. 낯선 공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적응에 힘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사를 오면서 많은 추억들을 뿌리치고 와버렸다. 이런저런 기억들은 쓰레기통에 처박아 둔채 몸만 빠져 나온 느낌이다. 이사를 하면서 새롭게 생각을 고쳐먹는 기회가 되었다. 아 이렇게 살면 안되던 거였다는 생각이 든다. 오년 동안이나 제자리 걸음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궁상 맞게 살고 있나 하는 한숨속에 조용히 짐을 나른다.
2.
많은 이야기들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일단, 나는 나를 넘어야 하고, 이것저것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짓눌려버린다. 결국 이런 부담감이 항상 문제였다. 그냥 생각하는대로, 사는 모양대로 살아야 하는데 뭔가 꼭 잘 되려고 하다보니 일을 더 망치는 것 같았다.
3.
늦은 시간 통화. 이제 택시를 잡아탔다는 말과 오늘 하루 어땠다는 이야기들.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는 보드카 한병을 비우며 대학생 때의 이야기를 해줬다. 밤길을 조심해야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편했다. 아플까봐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 꼭 가봐. 라고 당부했다. 모든 것은 이번 달이 지나면 해결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4.
이제 도무지 고통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몇번이고 인터넷에 검색어를 입력해보려다가 참아본다. 왜 트위터 글들은 안지워주는 걸까. 그냥 이렇게 피해있어야할까. 하는 생각들 뿐이었다. 상처를 계속 파헤치는 짓인데 나 스스로가 고통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미친 것 같았다. 솔직히 이것들이 제대로 아물련지 잘 모르겠다. 더 많은 추억으로 덮으면 된다고, 말은 그렇게 쉽게하지. 정작 내가 기억 못하는 것이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내가 넘어서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좌불안석이다.
너를 만나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들. 너와 그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밀려드는 부정적인 생각들. 이런 파편들이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란 것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완벽주의, 완벽을 버려야 한다는데 그걸 버리면 내가 아니다. 과연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하는걸까. 내가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어볼 뿐이다. 딱지가 앉고 피가 멎을만 하면 다시 파고드는 고통들. 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매우 쉽고도 가장 빠른 방법.
우리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면 어떨까. 그럼 이 고통에서 해방 될까. 그렇게 해서라도 벗어날 수 있는 문제인가. 몇 번이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카드들을 만지작 거리며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앞으로 더 나아갈려면 과거부터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한치 앞을 나가질 못하고 있다.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를 지켜보는 것도 지겹다.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 나갈 것인가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5.
뭔가 안가본척, 안해본척 하는 것이 너무 보기 싫었던 것 같다. 이미 새로울 것이 하나 없는데. 나도 이미 다 해본 것들인데. 그래서 너무 시시하고 시들했다. 우리 뭔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