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거슬러 올라가 본다. 강력한 트라우마를 걷어내려고 노력하는거다. 여자들은 항상 날 실망시켜왔다. 어쩜 그렇게 조금이라도 빈틈을 주면 귀신같이 득달같이 달려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게 그들의 생존 수법인지도 모르겠고, 유전자를 고르는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2.
모든 남자들은 과거에 호구였다.
3.
많이 좋아했던 K.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지. 앞뒤가 안맞아. 왜 꼭 그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야했는지. 왜 동생의 생일이 그때 였는지. 본명도, 생일도 전부 가짜라는 것을 한참뒤에 알았을 때는 이미 나도 지칠대로 지쳐서 헤어짐을 고한 상태였다.
꽤나 멀리 돌아온 뒤였다. 우습게도 이 모든 기록들은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서 하나하나 확인을 해가며. 그 날에 무얼 했는지. 어딜 갔는지. 그녀의 중고나라 기록들을 뒤져보고 수 많은 중고거래 물품들. 호구가 여럿 있었겠다는 생각. 그녀의 발자취와 동선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하나씩 이해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4.
결국 나도 지갑이었을 뿐이었겠지. 지갑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 칠 것 같은 기억들이 침전속에 떠오른다. 감정 가지고 장난 치는 것에 대해서 몸서리 치게 발작을 일으킬 것만 같은 시간들. 적어도 솔직하지 못한 장난질은 하지 말자. 그 만큼 되돌려 줘야겠다. 내가 사랑을 주고 너는 증오를 줬으니 이제 반대로 내가 증오를 주고 너의 사랑을 받아가야겠어. 아니면 너의 증오도 좋고. 이제 내가 모은 기록들은 클라이막스를 향하고 있는 그녀를 향하게 된다. 그녀가 쌓아올린 시간들. 공들인 흔적들.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릴 생각에 웃음이 나. 솔직히 나 너무 힘들었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나타나는 거짓이 하나하나가 모두 고통으로 다가왔었거든. 자네가 휘두른 감정의 폭력에 나는 꽤나 골병 들었네. 내 고통을 되돌려 줘야하는데. 이 고통을 알려줘야 하는데.
5.
끝까지 진실에 대해 마주하려고 했던 나의 몸부림들. 당혹감은 애증으로 다시 분노로, 그리고 미움으로 번져갔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철저한 복수계획으로 바뀌어 갔었지. 다섯번의 감정변화를 느끼고 나서 비로소 종착역인 슬픔에 도달하게 된다.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잖아 라고 웃으며 넘기긴 했지만, 커튼 뒤로 나홀로 남겨졌을 때 몰려오는 허탈감. 그리고 헛똑똑이라는 주변의 비웃음. 여기서 부터가 진짜였다. 이것이야말로 감당하기 어려웠지.
6.
지들 이야기이면서 누구도 괜찮아 라고 이야기 해주는 사람 하나 없더이다. 하지만 나는 어렴풋이 알것만 같았던게 이건 여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야. 내 인생에서 여자라는 종족 자체에 대한 싸움이야. 그래서 나는 더더욱 K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나의 복수가 완성 될거 아니냐. 절대 쉽게 너 같은 사기꾼들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는 못하게 하겠다. 너의 기쁨을 즈려밟고 가야겠다. 이제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된다. 그게 정의이고, 거짓말쟁이가 받아야할 고통인 것이지. 근데 이 호구들이 그렇게 두지를 않네. 누가 더 호구인지 서로 인증질하고 싸움박질 하는 찰나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해버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런 감정투자와 물질투자를 이끌어내고 거짓말을 하는 모든 행동이 옳은 일이 되어버려. 이렇게 해서 희대의 김치녀가 완성이 되어버렸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탓입니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K라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여러분.
7.
애써 쿨한 척. 하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도 상처 받기 싫어서 쿨한 척. 사랑에 목마르다 보니 아무거나 주워먹다 체한적이 여러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내 입에서 언제쯤 나올까. 이 고통을 어찌 이겨내야 할지. 어찌 싸워나가야 할지. 아무리 손자 병법을 읽어도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나자신을 모르니 문제로다. 결국 그녀를 키워낸 것은 우리 모두가 모두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 아니라고 말 못하고, 응석받이로 자라날 때 응석을 받아주고, 좋은 여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여자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자조섞인 탄식 속에 점점 가장자리로 내몰리는 나를 발견해.
8.
애석하게도 싸워나가는 과정 속에 있고, 조금씩 소통을 해나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 상처는, 우리의 상처는 어찌하오리까. 이미 우리의 여성혐오는 깊이 자리박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나 혼자 쉐도우복싱 해봤자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호구들이 앞에서는 호구짓, 뒤에서는 여성혐오를 말하면서 지들 스스로도 이중적인 태도로 근근히 버텨가네. 내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우리의 문제. 우리의 병. 김치녀는 우리가 키운 괴물입니다. 이제는 감당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김치녀는 어디 따로 있는게 아니거든요. 내 마음속,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여자에 대한 불신은 우리 스스로가 이제 못이기는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