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인내심

스타(star) 2015. 8. 25. 04:19

1.

요즘따라 인내심이 많이 부족해진 것 같다. 무엇을 해도 길게 설명하려고 들지 않고, 뭔가 복잡한 것들을 설명하는데 귀찮아 한다. 말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지쳐있다고나 할까.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말을 하는것을 지쳐버렸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의욕과 자신감이 다시 차올라야하는데 지금 시기가 그런 것인지, 내가 뭔가에 불만이 있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2.

악몽같은 한주가 지났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되돌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 동안 잘 참고 왔었던 것들이 이내 풀어져버리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잘 붙잡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오히려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3.

여행을 다녀오면 조금 더 나아질까. 멀어지면 조금 더 나아질까. 관심이 필요한 것인가. 체력이 부족한 것인가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들곤 한다. 체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습관이 이상하게 들었다.


4.

솔직했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 났다. 숨길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고, 완곡하게 이야기 할수도 있었지만 더 날을 세워서 표현하곤 했다. 한번 정한 원칙이 나를 만들어 낸다. 돌이켜보면 언젠가 했어야 했는데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나, 조금 더 가봤어야 했는데 멈추었던 것들이 결국엔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5.

학생들이 내 피드백을 받고 종종 상처를 입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쪽에서는 마음이 불편하곤 했다. 어찌되었든 나도 타고난 악인은 아니고, 뭔가 더 잘해보려고 하다보니까 그렇게 열과 성이 나고 마는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더 독이 되곤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남아있는 학생들도 보통내기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점점 더 높게 높게 목표를 잡아나가다 보니 애초에 기대와 이상이 너무 갭이 커져버린 것도 있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니 점점 더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하는데 어느새 전부가 다 고급반이 되어버렸다. 천재를 만나게 되면 천재를 가르치는 사람도 묘하게 중독에 빠져든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것 같다. 정말로 천재들을 만나다 보니 언젠가부터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준비를 부실하게 하다보면 더 그러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바꿔야 하는 직업인데 우습게도 나만 변하지 않고 있었다. 거저 얻으려고 하지말고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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