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나를 이해 하지말자.

스타(star) 2015. 8. 18. 03:03

1.

티가난다. 솔직히 다녀본 것 다 아는데 처음 와본 것 처럼 하는 것도 다 티가 난다. 감정의 하수구가 필요하다.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2.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란 것은 서로 플러스가 되야 하는데. 둘중 하나가 마이너스의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 때에 따라서 플러스가 되기도,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관계의 거리나 역할에 따라서도 바뀐다. 나 주말 내내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밝은척 하느라 고생했다. 더 신경 쓰기도 싫은 것들, 왜 내가 이런 것들과 싸워야 하는지 모를 것들과 홍역을 치렀다. 나직히 집에 돌아오니 나 자신으로 되돌아 가려는 작용-반작용의 법칙들을 마주한다.


3. 

결과야 어찌돼든 화를 내면 안되는데 화가 치밀었다. 지금의 내 도량으로는 밤 열시 넘는 연락은 솔직히 다 이해 불가의 영역이다. 솔직히 생각해보니 더 실망한 것은 답장 하지 않았으니 뭔 문제냐는 말에 핀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틀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내 마음이 털썩 주저 앉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닌데.

통화해 보라며 전화를 내밀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내 자존심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전화 통화로 싸움이 일었다.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무슨 덕담을 주고 받겠나.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싸움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난 찌질이가 됐고 그새끼도 한밤에 문자질이나 하는 한심한 인간이 됐다. 뭔가 당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태까지 단 한번도 받아본적 없었던 더러운 기분이었다.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화해보라고까지 했던 당당한 태도는 어디가고 제대로 한판 붙게 그 녀석 전화번호 달라니 차단할테니 그만하자라는 얘기를 한다. 이제와서 발빼려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기분이 상했다. 차라리 아예 내 편이 되던가, 본인이 통화해서 끝내던가 했어야 했다. 그녀의 애매한 상황의 방치는 당장 자신은 편할지 모르지만 나와는 오랫동안 앙금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성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렇게 묻어놓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싸움은 이미 일어났고, 이제는 돌아올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상황 수습은 순전히 내 몫이 되어버렸다. 번호를 삭제하고, 차단한다고 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내적 갈등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자존심으로 인해, 더더욱 언급하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주말 내내 계속 찝집함에 시달렸다. 억지 웃음에 억지 미소는 결국 지쳐버렸다. 센스있게 커버치지 못한 그녀와 이미 이성적인 제어가 안되고 있는 내가 만든 합작품이 만들어진 셈이다. 

솔직히 한낱 점밖에 안되는 인간이라서 하루만에 까먹을 줄 알았는데 무심코 들여다본 블로그를 보다 보니 그 새끼랑 같이 다닌 흔적도 있더라. 기가차서 오만 정이 뚝 떨어졌다. 진짜 이제 둘중에 하나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 안될 것 같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이유를 만들어 줘야할 것 같다. 빚지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대신 정확하게 이자까지 쳐서 갚게 생겼다.


4.

이상하게 홍대에 가면 짜증이 났다. 이태원에 가도 짜증이 났다. 계속 이렇게 짜증이 나는 이유가 뭘까. 다른 사람과 가도 짜증이 날까. 뭔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내가 생각한 속도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여름이라 그런걸까. 도대체 모르겠다. 


5.

길가다가 짜증이 확 올라온다. 맥북을 열자마자 보였던 그 사진들이 잊혀지질 않는다. 애써 피하고 싶었던 그림이 머리속에서 상상을 더했다. 방안에서 뒹굴 거리며 찍은 그 모습이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놈의 기억 진짜 지워졌으면 좋겠는데, 이게 내가 감당해야할 것이라니. 기억들과 쉐도우 복싱을 하다가 지쳐버린다. 그 사진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방심할 때 틈만 나면 어디선가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흘리고 다니지좀 마라. 그 말 밖에 할수가 없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아 진짜 괴로운 밤이다. 나는 거리를 둔다. 마음의 제동을 걸어본다. 최대한 멀리 도망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좀 나아지려나. 그래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문신 같은 기억들을 어떻게 지워내야 하나.

하. 진짜 씨발.


6.

야. 사랑에 빠지고 싶은데 도저히 그러지 못해서 미치겠어. 왜 여자가 없냐. 니가 먼저 다가가봐라 했더니 그런 것 아니란다. 외로워 죽을것 같다고 한다. 야. 그건 존재는 원래 다 고독한거야. 위로 받을 수 없어. 철학적인 이야기는 적당히 해야겠다. 애처로워 보였다. 연애를 할 수록 병을 앓는 사람도 있어. 할말을 제때 못하니 마음의 병이 생겨. 더 많이 좋아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바란다. 사람이 나 처럼 움직여 주질 않으니 실망을 더해. 결국 또 그 모습에 내가 지쳐버려. 너 그러고도 사랑에 빠지고 싶냐.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가 없으니 괴롭지 않냐. 진짜 나 극복하려고 노력 많이 하는 중이야. 끊임없이 마주한다고.


7.

자 질문을 다시 해서. 여자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못믿는는 것이다. 오히려, 믿어야 할 것은 나 스스로이다.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남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믿음을 요구하고 검열하려고 한다. 자신이 상대에게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사소한 행동도 의심하게 된다. 애초에 여성을 믿을 필요가 없다. 여성에게 의존 한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다. 애가 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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