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별게 다

스타(star) 2015. 9. 10. 04:27

1.

살다보면 별의 별일이 다 생긴다. 기상천외한 일도 생기고, 이해못할 일도 생기고, 억울한 일도 생긴다. 몰랐으면 하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알려지기도 하지. 모든 것은 자신의 관점에서 생겨난다. 결국 다 이해관계야. 어쨌든 서로 다 필요한 사이라는 것은 변함 없을 뿐.


2. 

타인의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인사이트와 힌트를 얻고자 하는 행동이다. 내 친구들, 오백원하나 까지고 정확하게 더치페이를 하는, 참 냉정하게 말하자면 하나같이 다 이기적이고 계산에 밝은 놈들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파트너쉽이 강한 것 같다. 능력없이 끈끈한 정따위가 있을리가 만무하고 인맥이 되어줄리가 만무하지 않나. 정나미는 뚝뚝 떨어질지 몰라도 속은 굉장히 깊은 사람들이다. 다른사람들이라면 일분도 듣기 어려운 쓴소리들을 서슴없이 할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잃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게 일년 이년 지내다 보니 이제 버티는 놈들만 남았다. 



3.

한 이틀간 정신이 없었다. 다른것 보다도 잠이 너무 부족하고 피곤했다. 술을 마시니 판단력이 흐려지고, 당장의 복잡함이 너무 크고 무겁게 느껴졌을 뿐이다. 세상 살다보면 결국 나중에 점하나도 안되는 일들이지 않나. 쉬운일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면 복잡한 일일수록 쉽게 푸는 사람이 있다. 나는 매듭을 어떻게 푸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되더라. 


4.

한때는

오빠가 없으면 당장 죽을 것만 같아. 

세상에 다 필요 없고 오빠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사랑을 찾겠다고 가출을 하고, 자살소동을 벌였던,

못생긴 그년이 새벽 두시에 갑자기 보낸 놀라운 메세지.


카카오 프렌즈, 

퍼즐여행에 빠지다..♥ 

귀염폭발 프렌즈팝으로

떠나요~ 둘이서♬ 



5.

나의 28살, 그리고 가을. 혼란스러웠던 하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시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도 한걸음씩 걸어가던 기억들. 


사람은 누구나 다른 환경과 다른 배경속에서 자라고 성장한다. 우리는 유년기억부터 청소년 시기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는 습관과 행동에 대한 관성을 가지게 된다.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내 기준이었던 것이다. 익숙했던, 그 기억과 습관이, 전혀 다른 대상에게 투여했을 때, 이렇게 이렇게 되면 되지 않을까? 라고 했던 그것은 내 이기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정 易地思之(역지사지)라는 뜻을 적어 놓고도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내면으로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단어의 뜻이 내 마음에 투영되지 못한 체, 피상적으로 학습한대로만 이해했던 것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야 참뜻을 알아채고 후회와 부끄러움. 미안함이 나를 엄습해 왔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이제서야 제대로 가능해 진 것이다.


그 동안 수 많은 일기를 써오면서, 또는 깊은 내면과 마주했다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을 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수했었다. 분명 어제까지 쓰던 일기와 오늘은 다르다. 그 동안 내가 썼던 일기들은 나의 바램을 적은 것이자, 이런 이해까지 도달하지 못한 체 쓰던 일차원적인 동물의 감정적인 표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두려운 것은 단 한가지. 어떤 격양된 감정의 흔들림이나 혼란이 오더라도 잘 헤쳐 나가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나는 두번세번 다짐한다. 마주보면서, 내뱉는 말을 조심하면서, 나의 생각과 진심에 투영시킨 단어와 말을 앞으로 더 하고 싶다. 이해하고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虎豹愛皮 君子愛口(호표애피 군자애구)

호랑이는 가죽을 아끼고 군자는 말을 아낀다.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에 대해 들어보신적 있습니까?

이 세상은 모두 가짜 입니다 가짜.

세상은 모두 이데아의 복제일뿐. 학교 다닐 때 내가 그랬죠.

"학우 여러분, 진짜 '나무' 본적있습니까?"

어떤 학생이 나보고 기가 차다는 듯이 그랬습니다. 저기 강의실 밖에 있는 것이 나무 아닌가요??.

네. 맞다고요? ㅎㅎ 그 새끼는 병신입니다. 여러분. 진짜. 진짜. '나무' 본적있습니까? 그 나무는 어떻게 생겼나요. 혹시 플라타너스나 버드나무, 소나무를 보고 설마 '나무'라고 하는 건가요?

실재(實在)하지 않는 '나무'라는 개념 그 자체는 뭡니까? 그저 우리는 관념적으로 알 수 밖에 없어요. 그 있잖아. 길게 나뭇가지라는 것이 달려서 가을 되면 열매 열리는 길다란 그거요. 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죠.

 

완벽한 이데아의 복제는 있을 수 없어요. 사진이 사실이라고 할 때, 모델의 겉모습은 사진에 그대로 나타나지만, 사진을 찍는 바로 그 순간의 모델의 진짜 모습을 담은게 아니잖아요. 순간적인 시점의 모델의 생각, 느낌까지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그렇습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요. 세상을 창조하고 현실을 복제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우리 역시 복제품이며, 나 역시 복제품을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겁니다. 일종의 선제 공격입니다. 세상이 나에게 사기치기 전에 내가 먼저 사기 치는 거라고 해두죠.


마음을 달래기 위해 키보드를 친다. 노래를 튼다. 그래도 이 아련함을 끝낼 수는 없었다. 늦은 시간 기타를 들고 노래를 연주해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뭐 그랬다.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내가 완성 되었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들 말이다.


공포에 항상 눌려 있었지. 보름달이 뜨거나. 또는 붉은달이 뜨기라도 하면. 나는 차마 잠에 빠져들지 못한 채. 시계 똑닥 거리는 소리와. 귀뚜라미 우는 소리. 헛기침 소리. 작은 볼륨으로 TV를 틀어 놓고 멍하니 쳐다보는 그대를 생각하며, 뒤척이다가. 어김없이 상상의 나무를 그리다가, 결국 지쳐버릴 때쯤이면, 어이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알람 소리. 그렇게 나에게 키스하고 싶을 때쯤. 희미한 정신에 나에게 안겨오는 너의 서늘한 옷자락에 손을 뻗으며. 끝없는 심연으로. 아득한 새벽 사이로. 오늘은 어떤 지랄같은 하루였니. 라고 묻고 싶어지면 너는 돌고래의 반쪽 꿈속에.


작가에게 글쓸 공간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 같다. 우뇌는 쉼 없이 활자들을 풀어 놓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더이상 담을 수 없어 토를 하기 시작했다. 한글자. 한글자. 한문장. 계속 올라온다. 목에 뭔가 걸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손에 미끄러운 것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나는 글을 쓴다.

아직 생존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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