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근황정리

스타(star) 2016. 3. 3. 04:24

1.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계절, 사람, 사랑, 일, 집 등등 많은 것들이 바뀌어간다. 모멘텀이 바뀌고 있는데 그 추세를 조금 더 지켜봐야지 지켜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느즈막히 글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참 뒤에 적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한가할 때는 자주 글을 적었는데 요즘에는 글을 남기지 못하는 만큼 바빠지고 있다는 뜻 같다. 멈춰있지 않다. 변화한다는 것은 참 좋은 뜻 같은데, 세상 사람들은 왜이렇게 안정적인 것을 바라는 것인지.


2.

한번 내 삶을 되돌아보자. 

그래서 그 사람은 안정적인 직장이야? 직업이 불안정해가지고 되겠어? 집은? 재산은? 부모는 뭐하는데?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이야기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같은 표정들. 상종도 하지 말아야할 사람 취급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지 않나.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가차서 말도 안나오는 일들이 너무 많네. 멀리서 보면 분명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려니 고통스럽네. 이제는 뭐 무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정말 그만할까라는 생각들이 들었던 순간들이다. 그래도 그 때마다 포기하자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부여잡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가보려는 근성은 있었다. 방향이 조금 잘못되서 그렇지. 지 좋아하는 것은 악착같았다. 그렇게 안하면 집에 있는 내 가족이 굶었다. 여유롭게 한가하게 꽃밭을 거닐 면서 일할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참 치사하고 더러운 방법도 즐겼다. 사람이 살아가야하는데 굳이 고상할 필요는 있나.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것이 옳다 생각했다. 

나름 나를 반대하는 적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는 타입이었다. 가진게 많고, 능력이 뛰어나면 으례 존경과 시기라는 두가지의 현상이 나타나야하는 법이다. 지난 10년전 나는 정말 무식했다. 아는게 없어서 그냥 열심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적은 자본으로도 큰돈을 벌어야 하다보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도 얼마든지 감수해야했다. 투자, 주식, 각종 사업, 등등 주로 큰 수익이 날 수 있지만 위험한 것들을 가까이 했다. 

나는 안정적인 기반이나 가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잃을 것도 많지 않았다. 우선은 내 인프라를 만드는 일부터 해야했다. 살 집이 필요했고, 학벌을 얻기 위해 공부도 해야할 돈이 필요했다. 적게 소소하게 벌어서 해결 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아니 그렇게 했다가는 인생이 40살은 되어야 뭔가 완성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내가 번돈을 내 아들과 아내가 풍요를 누리게 될 것 같았다. 나는 내 젊은 시절을 보상해주어야 했다. 대리만족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자기애가 강하고, 단 한번도 내 인생에서 내가 중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항상 내 상황에 대해 도전을 받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수 없이 싸워야했던 것들이 있었다. 어릴 때는 양자로 들어갈까 생각한 적도 있고, 나이들어서는 잘사는 친척을 찾아갈까 해본 적도 있었다. 한 때는 돈 많은 연상을 만나고 싶기도 했고, 데릴사위의 유혹까지 있었다. 나의 욕망과 출세욕구를 내가 주체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영혼까지 팔까봐 노심초사 했었다. 가난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때문에 죄를 지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가난이라는 환경이 사람을 바로 서기 참 어렵게 만든다. 사람이 어렵게 살다보면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 뇌물이나 도박, 현실도피, 중독, 탈선에 쉽게 노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다 이겨내고 나니 서른살이 되었다. 서른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였다. 비로소 내가 내 인생의 길을 결정하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3.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해서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터 오락실에 다니기 시작. 반지하를 전전하다가 중학교때 겨우 아파트 한채를 얻었다. IMF가 오자 아버지는 조출과 야근을 반복하다가 회사에서 쓰러졌다. 투병끝에 2년만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우리집은 풍지박산이 났다. 난 16살 즈음에 가장이 되었다. 그나마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곤두박친 성적 때문에 인문계 진학은 포기. 1년 장학금을 받아들고 선린인터넷고로 진학, 고등학교에서는 출전한 경시대회 장려상 입상. 그 뒤로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벤처사업하겠다며 고등학교 자퇴.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찾은 벤처회사는 수원에 있었다. 수원에서 일주일 정도 회사를 다니며 숙직실에서 잠을 자면서 근무했다. 17살에 첫 취업. 월급은 겨우 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적응 못하며 회사에서 도망치듯이 편지 한 장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세상과 담을 쌓고 디아블로와 리니지에 빠져 반년을 보낸다. 애니메이션만 한 400편은 본것 같다. 겨우 정신 차리고 나서 다시 책을 집어들고 공부를 했다. 나는 소년이다를 i'm a buy.라고 할 정도였다. 처음 아무 생각 없이 쳤던 그 쉬웠다는 수능기출을 400점 만점에 78점이 나왔다. 참담했다.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3월에 친 모의고사는 400점 만점에 120점이었다. 전국 석차가 뒤에서 3만등 정도? 9등급 중에서 9등급을 받았다. 공부하면서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럭저럭 처음에는 불법CD같은 것들을 팔다가 티셔츠를 팔아서 어느정도 돈을 벌어보았다. 그 때가 18살이다. 하지만,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해 수능은 결국 6등급으로 마무리. 티셔츠 판매 사업을 접고 가진 모든 돈을 공부하는데 썼다. 한푼이라도 나가는 돈을 줄일려고 학원에 근로장학생을 신청하고 재수를 했다. 장학생들이랑 어울려 다니다가 분위기 휩쓸리며 재수생이 절대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했다. 연애, 게임, 술에 빠져있었다. 낭만적인 재수생 시절을 보내고 그해 수능은 4등급으로 마무리. 결국 다시 노량진을 찾았다. 삼수를 했다. 쪽팔려서 얼굴 가리면서 다녔다. 20살이었다. 그해 수능은 3등급 정도 나왔다. 명지대 문창과를 썼다. 실기 비중이 높았는데 결국 탈락. 가나다군 전부 상향지원해서 전부 탈락. 결국 그점수를 받고도 전문대를 갔다. 인하전문대 실내건축을 갔다가 도저히 적성에 안맞아서 사수를 결심한다. 사수는 7차 교육과정이라 뭔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삼수대보다도 못한 4등급을 받았다. 어이없지만 재수때 지원했던 명지대 문창과를 다시 지원했다. 예비 6번으로 겨우 합격했다. 그나마도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도 못갈뻔 했다. 접수시간 마감 2시간 전에 이모 할머니에게 빌린 돈으로 겨우 등록. 대학 다닐 때 1학년때부터 과외를 하고 방학때마다 알바를 했다. 차비도 없고 술마실 돈도 없어서 매일 친구들에게 얻어먹고 학교를 다녔다. 어느날은 정말로 차비가 없어서 학교를 못갈뻔 한 적도 있다. 집안에 있는 모든 동전을 다 털어서 학교를 갔다. 결국 다니던 학교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갈 결심을 한다. 방학동안 잠깐 돈벌려고 조폭들이 운영하는 게임장에서 고스톱을 쳐주었다. 결국 바다이야기 사건 터지고 기계 전부 압수. 나는 그날 쉬는날이었다. 그러다 잠깐 등록금이라도 벌생각으로 시작한 게임개발일이 적성에 맞아서 그 길로 8년을 게임개발에 매달린다. 중간에 군대 대신 산업체요원 되려고 밤잠 못잤던 부분은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많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수면제나 안정제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산업체 이후 하루하루 잘 보내나 이제 기껏 살만해지나 싶었더니 복부만료 1년 앞두고 팀장과 한바탕 싸움. 그 뒤로 인사팀과 충돌로 편입취소 이야기까지 나왔다가 간신히 이직했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상처 투성이. 새로운 회사에서는 나에게 잘해 주었지만 이미 너덜너덜한 내 멘탈. 이미 그 때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에 빠지다가 복무 만료되고 돌연 퇴사. 일년을 전국을 돌며 여행만 하고 벌어둔 돈 다 까먹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동안 프로젝트 8개를 말아먹는다. 한달에 한번씩 사업 건드려보다보니 어느새부터인가 개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전에 일하던 곳과 소송 진행했으나 1년만에 승리. 먹고 사는 길은 겨우겨우 해결되어가나 이제 또 새로운 도전거리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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