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 주말 동안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금요일은 원래 N을 만나기로 했었는데 결국 파토가 났다. 내 의지의 부족인지, N의 의지의 부족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됐다. 원래 지난주에 편지를 하나 썼었는데 정말로 전달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요새는 뭔가 나도 준회원까지는 빠르게 등업 시키는 편인데 정회원 부터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같다. 어디에서 보니 사람이 물리적으로 인지하고 관계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수는 150명 정도라고 하는데 N은 150명 안에 두고 싶었다.
2.
덕분에 금요일과 일요일에 모처럼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동안 못한 이야기도 하고 빨리 유학을 갈테면 가라고 했다. 아마, 내년에 또 우리 집은 몇 차례 지각변동을 겪을 것 같다. 원체 가족들이 다 변화나 성장을 즐기다 보니 항상 이렇다. 아직까지 정착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젠 가족들이 대한민국도 좁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과연 어디까지 갈수 있을려나.
사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도 여러가지 생각이 혼재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과 문화와 변화를 즐기는 친구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이야기는 이미 몇 차례나 오고갔다. 그럴때마나 나나 동생은 글쎄요. 그냥 그렇게 이야기 하고만다. 모르겠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여자들이 다들 도전하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그 변화와 도전의 높이를 보고 나면 깜짝 놀라곤 한다. 마치 서양의 어느 가정과 같은 쿨함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기존의 가정문화를 가진 집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사람은 어디까지나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도전은 즐겁다. 글쎄. 내가 봐도 여긴.
3.
주말에 Y와 분당에 갔다. 원래 파주에 가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정이 그렇게 돼었다. 뒤이어 저녁에는 H도 오고 싶다하여 셋이 만나게 되었다. 재미있는게 둘다 십년도 넘은 지기들인데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통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집단과의 교류가 적은 편. 아니 독자적이다.
사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리스크가 높고, 모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모르는 사이였다는게 신기하다. 희안하게도 그러면서 다들 보수적인 성향도 강하다. 아니 이게 상대적인 보수이긴 한데. 원칙주의자라고 해야나. 뭔가 어렸을 때부터 좀 독특한 경험 속에서 살다보니 시야나 스펙트럼은 넓은 편이다.
나름이 그래도 대표들 모임 자리이고 인사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다들 좋아하는 참치회나 먹으러 갔다. 매출도 못내면서 이렇게 먹는거부터 좋아하는 것도 어쩜 이리 똑같은지. 다들 잘 되서 나중에는 서로 내겠다고 실랑이 하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여전히 우리 갈길은 멀고 고된 것 같은데 혼자 가면 고독할텐데 그래도 비슷한 모양새로 사는 사람들 여럿 있으니 즐겁다.
4.
좋은 작가를 발굴하려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K교수님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덕분에 성남에 다녀옴. 이래저래 이야기는 잘 진행되어서 원고도 받고 전자책으로 1쇄를 내볼 계획인데 이제야 비로소 할일이 더 늘어난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그 동안 집필에만 신경썼는데 이제는 당분간 편집에 신경써야 할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돈을 잘 못버는 것만 빼면 너무 재미있는 일들.
마침 저번주에 계약서 작성이라든지 이런 것들 미리 준비해둔게 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이고 뭔가 이래저래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얻은 기회라서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이다.
성남에 전에 다니던 동료들이 차린 회사도 가서 동생들도 좀 보고 이래저래 인사도 나누고 왔다. 옛날에는 열심이 사는 친구들이나 회사들 가면 참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기분이 묘했는데, 오늘 가보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오는 걸 보니 나도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것 같더라. 올 초여름만 해도 갔을 때 내 상태가 말이 아니었는데. 뭔가 겉만 번지르르하고, 진행은 다 지지부진하고, 누가 요새 뭐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에도 창피했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나도 이제 직업이 생긴거지 뭐.
5.
오랜만에 만난 K양, 그리고 얼마전에 얘기했던 I양 등등을 보니까 아홉수인데, 딱 작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갠히 안쓰럽기도 했다. 작년의 나는 매일 성공과 자기계발이란 단어에 매달려 있었다. 기껏 방구석에서 인생의 의미를 검색해보면서 이틀이고 삼일이고 정신적인 몸살을 앓을 때가 기억나네. 결국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서른을 맞이하는데, 오히려 나중에는 묘한 미소도 나오더라. 판단은 어려웠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살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몇몇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일 수도, 몇몇 사람들에게는 기대에 반하는 모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몇 달간 그 동안 밀린 뭔가 숙제를 하듯이 놀고 뛰어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니까 이제 좀 살것 같더라. 뭐든 과한 성격이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은 득이 됐다. 뭐든 150% 투자하는 성격 덕분에 안되는 건 빨리 눈치 채고 접는다. 이래저래 엉뚱한 길로 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내가 금세 지겨워지거나, 흥미 없는 것들이 간추려지리라 생각했다. 혹시나 생각 했던 것들을 점검해보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어짜피 힘든 시기는 그 때 지나간다. 그리고, 이리저리 인생의 흐름과 틀을 바꾸고 싶어도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보통은 자신이 만들어온 역사와 흐름에 따라 간다. 물줄기를 바꾸고 싶다면 지금부터 바꿔나가면 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몇 년뒤에라도 변한다. 자기 클라스를 믿으면 된다.
6.
강의를 늘려달라는 제의도 들어오고, 또 외부에서 강연 초청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나도 이걸 수락해야하나 마나 고민했다. 근데, 의외로 H가 해준 얘기가 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부담 없이 일단 해야겠다. 나는 어떻게든 먹고 사는데 내 회사가 문제지. Y랑 이야기 해서 조만간 한번 진짜 몇일 워크샵을 가볼까 고민도 했다. 2주짜리는 좀 오바고 4일 정도 어디 짱박히는건 고민해봐야겠다. 이렇게라도 해서 마감을 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