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요 몇일.

스타(star) 2013. 9. 12. 00:27

1.

요 몇일 좀 바쁘게 상황 돌아 가는 것들도 있고,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하기 싫은 것들도 있고, 일해야 하는데 조금 덜 열심이 한 것들도 있어서 그런지 잠깐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요새 또 몇일 네트워킹에 신경쓰느라 정작 내 일을 못했던 것 같다. 확실히 얼마나 준비를 했냐에 따라서 출력되는 컨텐츠의 질이 다른 것 같다.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것들을 나의 재해석 없이 출력이 되다 보니 요 몇 일간의 강의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클라스는 어쩔 수 없나 보다.


2.

첫 작가 계약을 앞두고 있다. 흔쾌히 원고를 제공해주시는 K교수님에게 참 신세도 많이 진 것 같고, 고마움도 느낀다. 어떻게 어떻게 진행이 되어 가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더 진행이 잘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3.

Y형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하루종일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몇몇 입지 좋은 사무실을 소개 받았다. 아직은 불안감이 더 크다. 내년쯤 진행할 프로젝트도 잠깐 이야기 나오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일들은 재미있는데. 이게 참 그렇다. 확신을 못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의 판단 기준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가. 몇몇 아이디어들이 나오긴 했는데 집에 와서 동생에게 견적을 의뢰해보니 이것 역시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더라. 휴우. 


4.

Y도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어떻게 진행이 될지. 내 주변에 이제 직장인들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다. 이제 우리 누구에게 밥을 얻어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녀석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잘해내길 바란다. 물론, 실패 할수도 있고, 편안함이 떠오를 때도 올텐데. 참 모르겠다. 비슷한 템포와 비슷한 일생 라이프 서클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그리고, 남들보다는 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들기도.

뭐 그렇다. 이제는 오히려 아무일이 없고, 술술 풀리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게 더 두렵다. 우리 인생이 이렇게 아무일이 없을리가 없는데. 어디서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들기도 한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주변의 친구들이 멋있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당초 생각한 것 보다 더 엄청난 일을 저질러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5. 

'그래서 수익모델이 뭐에요'라고 돌직구로 질문을 받았다. 어? 글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수익모델 같은거 깊게 생각해본적 없는데. 그게 꼭 필요한 거였나? 라고 그 짧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대충 K양에게는 컨텐츠 제작하는 사업이고, 도서 출판이나 강연으로 수입을 올린다고 둘러대긴 했는데, 그게 썩 내가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선 근본부터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과연 내가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인지. 내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인지. 그렇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어떤 사업이든지 재료와 원료, 또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원료를 가공하고 부품들을 조립해서 뱉어낸 결과물들이 어떤 것. 어떤 제품이냐는 천지차이인 것 같다. 똑같은 부품으로도 자동차를 만들수도 냉장고를 만들수도 있지 않나. 똑같은 사람들로 게임을 만들수도, 웹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선 나는 나 스스로가 제품이 되기로 했다. 

내게 필요한 재료와 원료는 경험과 지식이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해석된 가치를 표현해 낸다. 때로는 외모로, 때로는 글로, 남의 손까지 빌어서 책과, 강연과 예술 작품등이 만들어지겠지. 어떻게 보면 나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를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개발해왔던 것 같다. 나라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뭘 만들어내고, 그것이 큰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근데 그것이 이유없이 막막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년 매출이 얼마가 발생하고, 몇%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조차도 아직은 못할 것 같다. 아니, 그 보다는 목표만 말하고 싶은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마음속으로 적어둔 그 목표를 이루는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싶은 것 같다. 당연히, 가을이 되고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면 농작물은 거두어 들이게 된다. 계획농법이 아니라, 유기농으로 키우고 싶은건가.

정부지원 사업과 VC들의 투자 심사에서 내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는 대거 탈락했는데, 나중에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들더라. 그 만큼 내가 보고 있는 목표나 상품들이 기존의 틀로 해석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나. 확실히 내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닌데,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가치가 돈으로라도 소유하거나 얻고 싶을 정도의 매력이라면 비용을 지불하겠지. 매력이란 것을 굳이 말로 설명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대상에 반한 상태에서 지불을 하게 된다. 나중에서야, 내가 돈을 지불한 이유에 대해서 둘러낸다고 하더라도 늦었다. 당신의 행동에 맞춰서 태도를 바꿔야 하기 떄문에 짜맞추기가 된다. 어찌보면, 내 아이템들과 생각들은 진정한 창조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프레임으로 해석해내지 못해야 한다.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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