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주말 동안,

스타(star) 2013. 9. 30. 02:15

1.

주말동안 트롤링을 참 많이 겪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어이가 없었는데, 가을이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사람이라는 것들이 참 한심스럽게도 쉽게 마음이 약하고 이지러지는 것 같다. 날씨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그냥, 정서적인 침몰 때문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것들이 다 인생의 한 파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는데 쉽게 안되네. 그래서 작은 것들에 집착하다가 결국 큰걸 잃었다.


2.

요 며칠간, 그냥, 저 멀리 날아가서 말도 안되는 꿈을 이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기껏해야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적어도 나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작가니까. 가장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적어도 사람들에게 여기까진 괜찮다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시리스트에 상위권에 해외 여행이나 외국에서의 생활을 꼽는다. 이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아마도, 당장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그렇게 꿈만 꾼다. 이미 그렇게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들 그렇다. 쉽게 떠나지 못한다. 떠나야 할 때가 점점 다가 오는 것을 느낀다.


3.

이걸로 사람에 대한 벽을 더 높이 쌓게 된다. 넘어올테면 넘어와봐 하는 식이다. 나 역시 순수하지 못해서 안되겠다. 그렇게 자꾸 순수한 마음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안된다. 아마도 내가 참 대단한 속물인가보다. 가을만 되면 반년동안 꽁꽁 싸매왔던 속물 근성이 터져 나온다. 누가 누구를 아는데요. 하는 것들에 솔깃해지고 소문에 약해진다. 그렇게 나는 출세를 꿈꿔온 사람이다. 상대들보다도, 나 자신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 참. 내가 계산에 밝은 사람이구나. 이해득실을 참 많이 따지는 사람이구나. 주말 내내 H와 그런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4.

다른 것은 몰라도, 난 도망자를 제일 싫어한다. 아니, 싫어한다고 해서 그런 것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데, 어짜피 그렇게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럽기 때문인거고. 이별이라는 것에 있어서 내 생각은 항상 똑같았다. 더 이상 그녀들은 당신에게 있어서 최고가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

재미있는 팩션 소설 하나를 기획 중인데, 오랜만에 쓰는 소설이 될 것 같다. 발칙한 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6. 

몇 년 전에 길가에서 한 점쟁이에게 운명을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점쟁이가 대뜸 내 이야기를 듣더니 기가 막히게 맞춰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마지막에 한마디를 건넸다. 자네는 나와 같이 마음 공부 해야겠어. 아무리 봐도 그 쪽으로 잘 될 듯 싶으이. 

그 말을 듣고는 허 참. 별 이상한 소리도 다 하네. 여태까지 나는 IT의 귀재였는데 말이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그 방향으로 정말 가고 있는 것 같다. 동양 철학을 하면서, 그리고 NLP니 심리학이니 뭐니, 상명학이니 하는 것들과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 천상 이쪽으로 원치 않아도 자꾸 가게 된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인생이란 즐겁다. 재미있는 일들 천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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