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1 태국 이별 여행

[파타야 여행] "파타야 꼬란섬의 추억" - 파타야 코란섬 (9) 20110924

스타(star) 2016. 9. 3. 02:33

코란 섬

그래도 모처럼 바다에 왔는데 물놀이 좀 하고 가자. 여행은 즐거운 때도 있는 법이다. 동남아시아의 완전 파란 해변을 꿈꿨으나 파타야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나마 배를 타고 코란 섬으로 좀 가면 더 나은 편이었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출발은 했다. 배가 워낙 작아서 좀 위험해 보였다. 섬은 그리 멀지 않아서 배 타고 1시간 이내에 도착을 할 수 있었으나 꼬란섬에 접안 시설이 없었다. 사다리로 내린 후에 살짝 작은 배로 갈아탄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니 조금 위험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작은 보트에 스물에서 서른명씩 내렸다. 다들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거 바다가 왜이래? 이런 느낌. 다들 비슷하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섬인데, 정작 실제로 가서 보면 그 정도까지 화려하진 않다. 자신이 생각한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 일본인들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면 흔히 겪는다는 파리증후군을 겪곤한다. 자신의 기대와 너무나도 다른 장소에 도착하면서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섬의 모습 때문인지 나는 실망이었다. 내게는 코란섬의 기억이 없었다. 그냥 날이 참 흐렸다는 것과, 새우 튀김을 몇개 집어 먹었던 것. 그리고 바다에 들어가서 물놀이도 하고 그랬던 것이 전부였다. 코란 섬에서의 기억은 그럭저럭이었다. 


헤게모니 싸움

사람 만나는 것도 다 비슷하지 않나. 처음에는 가면을 쓰고, 착한척하고, 좋은 사람 같아서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모습은 금세 벗겨진다. 막상 그 곳에 도달해 보면 생각과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서로 실망한다. 환상이 깨어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더욱 집중하다보면 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패권을 다투는 싸움. 대부분의 연인들의 싸움은 패권다툼이다. 물론 싸움을 극복하고 이제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비슷하면 그와는 다른 편안함이 주는 권태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계속 반복되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것이다.


연인들이 평소에 데이트 하던 모든 장소에는 추억이 있고, 그 추억들을 행복하게 남겨 놓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둘이 함께 여행을 했다 해도 둘다 그 장소에 대해 그렇게 느끼지 않을수도 있다. 추억을 하나씩 덮는 일은 참 힘들다. 만나는 사람이 과거의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보여주지 못하면 부족함이 자꾸 보인다. 그런 부족함은 또 싸움의 숨은 원인이 된다. 왜 당신은 그거밖에 하지 않지? 


누군가에게 심하게 즐거운 추억도 누군가에게는 심하게 싫은 기억일 수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추억과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인가. 결국 사람은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예의를 갖추고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했다면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주자. 



쓸데 없는 쿨한 척

나는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원래는 속이 굉장히 여린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여려서 그게 문제였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면서 변했다. 힘이 없었기에 겉으로 더 강하게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본래 내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강함도 결국 무너질 때가 많았다. 솔직해지다 보니 상대 입장에서는 내가 자꾸 찌질해 보였다. 가만 두면 되는 문제를 내가 자꾸 크게 만들었다.  

그 동안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말 나와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붙잡고 매달리던 이기적인 모습을 떠올리면 갑자기 부끄러워지곤 했다. 

어느날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다. 그뒤로 두 번 정도를 더 만났다. 나는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헤어질 때 나는 항상 내가 차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녀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변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잇지만, 그녀들은 이 상태 자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나를 욕하고 저주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그게 나의 사랑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제자리 잡을 때까지 얼마든지 나쁜 사람으로 남아줄 수 있었다. 

그녀는 반대로 솔직할 때 솔직하지 못했다. 그녀는 속으로는 붙잡고 싶어했지만, 끝까지 나에게 괜찮은척 쿨한 척 했다. 난 정말 그녀가 괜찮은 것이라 오해를 했고, 그 때서야 정말로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PT를 받고, 공부를 하고, 옷을 바꾸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달라졌다. 더이상 여자에게 휘둘리는 내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아무 말없이 4개월을 더 기다려 주었다. 어느날 그녀가 보자고 했고,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한잔 했다. 참 너무 오랜만이었고, 많이 보고싶었다. 하지만, 아쉽게 그녀는 그 긴 시간동안 변한 모습을 들고 오지는 못했다. 내가 자신을 되돌아 보고 훨씬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녀는 당장의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는 것에 그쳤었다, 변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만 했다. 자신보다도 못한 인생의 점도 안되는 하찮은 인연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자신의 진짜 가치를 올리는 법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이전의 암울한 과거로 끌고 가려는 그녀가 싫었다. 나는 분명히 고통의 시간을 감당해주고, 악역까지 맡아주었고, 그녀가 출발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봐주기도 했는데, 끝까지 그녀는 이기적이었다. 그녀는 매달리던 내 모습만 기억했던 것 같다. 그 동안의 자신을 위해 붙들어 주었던 시간을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 텐데. 

내가 기다려 줄 수 있었던 사랑의 유통기한은 4개월이었다. 그녀는 끝내 변하지 못했다.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 아쉬웠다. 그녀가 그 시간에 차라리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다가왔다면 나는 그 전보다 더욱 꽉 안아줬을 것이다. 그녀를 정말 사랑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 뿐이었다. 그 사이 나는 이미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에게 코란섬의 기억은 특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못올 계절이었고, 추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그런 기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