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할로윈

스타(star) 2013. 10. 28. 03:07

1.

주말이 또 갔다. 30일 프로젝트는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하나. 하기로 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사람은 일만하면서 살 순 없지 않는가. 뭔가 또 스트레스가 쌓이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알아서 잘 밖으로 나돌아 다님. 거지 같아도 할건 다 하고 다니네.


2.

아이폰5S를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골드를 사고 싶다. 그런데 골드를 구하기가 너무너무 힘이든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골드색.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은 실버이긴 한데 뭔가 대세를 따라서 골드를 사야할 것만 같다. 대세와 내 신조 둘 중에 뭘 가야하나. 아 난 이렇 것이 너무 싫다. 베리에이션을 치면 고민할 거리가 생긴다. 세상에 안그래도 고민할 거리가 천지인데 이거만큼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엘오엘 정녕 실버승급은 멀어지는 건가. 철권도 이제 옛날같이 못하겠다. 그 만큼 살면서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뭐 하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이런 게임 같은 것들.


4.

보드 타러 가는 사람들은 안다. 일년에 한두번 스키장 오는 사람과 매일같이 다니는 사람을. 오늘 일년에 한번 놀러온 그들에게는 이해못할 디테일이 숨어있다. 그들은 그냥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 어울리는 것으로 평균을 맞추지만, 매일 다니는 사람은 그냥 이게 일상이다.

이태원에 갔다. 전 여자 친구도, 전전 여자친구도, 내가 좋아하던 여자친구도, 날 좋아하던 여자친구도 전부 다 이태원에 왔다. 할로윈은 좋은 핑계가 되었다. 일년에 한번은 이태원에 오게 만든다. 그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솔직히 그들을 마주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있다. 

내 전여친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태연하게 말을 건다. 그녀는 내가 누군지를 모른다. 심지어 날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다. 바보같이 연락처를 알려준다. 그녀는 나와 몇 년을 사귀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못 알아본다.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번호따윈 애초에 저장도 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젠 그 누구도 나에게 영향따윈 줄 수 없었다. 그 동안 참 완벽한 거짓말을 이어왔는데, 뭐 어때. 사람은 변해간다. 인생은 흘러간다. 나도 변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째. 당신들은 그대로다. 








솔직히 이태원은 너무 자주 갔다. 하긴, 내가 자주 안간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 워낙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바람에 추억 없는 곳이 없다. 하긴 일년에 한번 오는 인간들이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난 그냥 옛날이 그립다. 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여기는 나만의 아지트였고 나만의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부터인가 사람들이 너무 몰려드는 바람에 빼앗긴 듯한 느낌. 홍대, 삼청동, 안국동, 이태원을 잃었다. 어디든 돈이 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것이 돈이다. 이렇게 점점 골목마다 존재했던 내 추억들이 사라져 간다.


5.

홈페이지를 만든다. 대체 왜 이런 것들은 한번에 딱딱 생각하는 것처럼 진행이 안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 곳에서 문제가 수정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대체 이유가 뭘까.


6.

맥북까지 팔았다. 2013년 모델로 바꿔야지. 말은 그렇게 하는데 사실 거지다. 사고팔고사고팔고 인생은 항상 사고팔고 반복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내 아이템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런 것들이 소유라는 개념이 필요했나. 땅의 것이고 하늘의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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