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근황이나

스타(star) 2013. 12. 12. 05:05

1.

근황이나 적어야지. 요새 블로그 관리가 잠시 소홀해 졌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조금 1mm만큼 바쁘긴 했다. 뭐든지 흐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빠져있을 때는 빠져있고, 쉬고 있을 때는 쉬고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2.

이제 집필을 서둘러야 하는데 글을 써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아.


3.

슬슬 벌여놓은 일들이 잘 되길 바라고 있다.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으례 습관처럼 조급함이라는 것이 찾아온다. 그럴 때일 수록 더 큰 그림과 큰 흐름속에 나를 맡겨본다. 해야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둘씩 만들어 가면 된다.


4.

요새 많은 것들을 배운다. 경영, 마케팅, 권한, 프로젝트, 프로듀싱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수도 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게 만든다. 공부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일터이고 내가 만든 직장이니만큼 뭔가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5.

오히려 더 숙연해지게 만든다. 쓸데 없이 비효율적이고 귀찮은 일이라고 하지만, 난 그 모든 디테일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디테일경영이란 책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다. 


6.

어제 이상한 꿈도 아닌 이상한 기분을 다시 느꼈다. 한동안 마음 속 깊이 묻어놨던 감정이 다시 되살아 난다. 잊었는지 용서했는지, 이해할 단계가 되었는지,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그 감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면, 내가 몹시 굉장히 짜증이 났었고, 그 기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느낌이라는 것이다. 내가 꽤나 독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받은만큼 그 이상을 되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그들을 이해가 되는 시기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금 짜증스러운 경험으로 되살아 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한 것 중에 하나는 그들 역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미숙했다는 것과, 철저하게 나를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나를 버렸다는 사실이다.

W사에 다닐 때 겪었던 풍랑이 기억났다. Y실장, K팀장 등등과 겪었던 일련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나는 내가 겪을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쉽게, 무기력하게 대응했고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집단에서는 더 이상 날 도와줄 수 있는 세력과 힘이 없었다. 오로지 능력만으로 뭔가 이뤄야 하는데 그것도 내 힘과 세력이 닿을 때 일이다. 나는 똑똑하긴 했지만, 현명하진 않았다. 나와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홀로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난 내가 이뤄놓은 것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몇 차례 인사이동 속에서 나는 상당히 많은 타격을 입었다내가 가진 쉴드는 많지 않았다. 나는 많은 리소스와 프로젝트를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러한 생각과 업무범위는 공격받기 좋았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들 일손은 정해져 있는 것이아닌가. 방대한 서비스를 하면서 그렇게 넓은 업무범위를 혼자서 커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가장 큰 이유는 Y실장이 입에 달고 살았던 '주인의식'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정말로 나는 프로젝트의 주인이라고 생각했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내 것을 빼앗으려는 자들을 막아냈을 뿐이었다. 

애초에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이야기는 엄청난 거짓말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위험한 단어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프로젝트의 주인행세를 하던 나를 업무에서 떨어트리려고 했던 과정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치사하고 비열했다. 애초에 나와 크게 합의를 도출할 계획도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날 속였다는 것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빼앗기기 싫어서 더욱 악착같이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직속 상사들을 승진시켰다. 그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나는 그 위치로 올라가지 못했다. 나는 정체되어 있었다.

밀려난 전임 실장이 퇴사 직전에 나를 불러냈다. 나지막하게 '이제 그만 넘겨줘라'라는 말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좌절을 느끼게 되었다. 이젠 어떻게 버텨야 할지 암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내 업무영역을 지키고 전문성으로 무장하는 것이었다. 협조/비협조적인 태도를 교차하며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2년 넘는 기간동안, 엄청난 파상적인 정치적 공세들을 막아내고, 모략을 좌절시키고, 업무영역을 방어했다. 하지만, 내 밑으로 투입한 낙하산 인사의 등장은 나를 더욱 좌절로 몰아넣었다. 인수인계하라는 뜻이었겠지만 나는 협조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인정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멘탈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에 몸담은지 3년이 넘는 시간이 다되어가면서 나도 이제 점점 회사에서 대체 가능한 자원이 되어갔다. 전문성은 다른 방식으로 우회해서 개발해버렸고, 내가 만든 컨텐츠들은 하나둘씩 배제되어갔다. 부하직원들조차 하나둘씩 짤리거나 인사이동 당하면서 내 힘이 발휘할 곳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다른 팀으로 전배를 요청하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이미 회사내에서 망명할 곳은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긋지긋한 나날이었다. 

낙하산으로 들어온, 한때는 내 밑에서 일을 배웠던, 지금은 내 위에 팀장으로 앉아있는 사람과의 마주침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심지어 그는 나를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대하기 쉬운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프라이드가 강한편인데, 그는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팀장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 역시 프라이드가 강해서 나와는 상극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상황을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을 보니 애초에 실장은 날 내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판위에 있다보니 생각하지 못했다. 워낙 그 당시에는 고통스러운 도주와 회피하느라 묻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난 잊지 않는다. 꺼내서 다시 돌이켜 보고 또 다시 꺼내서 돌이켜본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나에게 어울린다. 

그렇게 나는 떠밀려나가듯이 다른 프로젝트를 알아보게 되었다. 내가 제일 슬펐던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와 이별해야하는 일이었다. 매일 출퇴근 시간, 또는 드라이브 나갈 때마다 운전석에서 매일 울었다. 내가 한 때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제야 조금 운영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야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수십개 국의 나라에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두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보다 오래 끌고가서 서비스의 묘미를 살려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승부수를 던지려는 실장과 팀장들의 이해관계와는 배치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 카드로 라이브팀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볼까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프로젝트에서 손떼게 만들었을 것이다.

벌써 또 1년이 더 지났다. I사에 있을 때 초반에 하루하루는 숨도 쉬기 어려웠다. 내가 왜 여기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 방향대로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여전히 그 통수 맞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전부다 쓸어버리고 싶은 생각이다. 여전하다. 사람은 말이지. 성공해야된다. 경험상 어짜피 토사구팽 당해도 괜찮다. 나의 그 유능함을 보고 다른 사람이 버려진 날 주워간다. 너무 야속해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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