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오늘의 항해일지

2014 청마의 해! 첫 포스팅

스타(star) 2014. 1. 2. 16:25

1.

요 얼마동안 근황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살고 있냐 겨우겨우 표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 맥북도 팔았고, 그나마 쓰고 있던 노트북도 원래 주인이었던 동생이 가져가버렸다. 사상 초유로 20년만에 MY PC가 없이 생활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컴퓨터라는 것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해 본적이 없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 조만간 하나 사던지 해야겠는데 걱정이다. 이 생활이 적응되어 버릴까봐.


2.

글이라는 것이 참 쓰여지기 어려울 때는 한 글자도 쓰여지지가 않는다. 요새 상황이 그렇다. 뭐에 삐져있는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이 많이 상해있는 것 같다. 이 자세한 감정의 기복과 흐름을 어디서 어떻게 놓쳤는지 알수가 없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휴식과 여유인데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더라. 


3.

최근에 연애전선은 그야말로 혼돈과 카오스의 도가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슬픈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내 안에 또 무슨 비너스를 잉태한걸까나. 그녀가 생일이라고 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선물이라는 것을 사보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라 반가웠다. 이제는 이십대만큼 지나친 열정이나 과한 애정을 표하지 않게 되더라. 

어찌보면 순리대로 간다. 사실 이게 맞는 것이긴 한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호감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고, 아니면 멀어지게 되겠지. 우린 그저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의 호감과 마음 정도는 내가 표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선물을 포장하기 전에 점원에게 잠깐! 이라고 외치고 3초 정도 고민했다. 그런데 가만,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색해진건지 모르겠더라. 나는 여전히 그녀의 이름조차 정확히 모르지만 친해지기 위해서 몇 만원 정도는 쓸 줄은 안다.

늦은 시간, 선물을 들고 갔다. 이런, 그녀는 이미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눈치를 챈 모양이다. 아뇨.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하고 대충 얼버무리고 나와버렸다. 전달하지 못한 선물이 생겼다. 내 고민도 늘었다. 사랑은 타이밍이고, 지금 이 마음이 또 언제까지 지속될까. 

오늘 전달을 못했으니, 이후를 머리속에 그려본다.

어느 날 매우 시크하게 그녀를 불러내겠지. 

얼굴 변화 하나 없이 무덤덤하게 "생일이라고 해서 샀는데 그날 못줬어"

존나 멋없게 건네주고 커피나 한잔 얻어먹고 집에 오겠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2013년에 딱 세번 가슴이 뛰어본 것 같다. 우리가 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담아놓고 싶었다. 


4.

2014는 바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 싶고, 뭔가 활발히 살고 싶다. 조급함이 먼저 찾아왔지만,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내면 분명 좋은 날들이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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